이 앞전 글에서 수랏타니의 카오속에서 캠핑하며 통돼지 바베큐를 했던 일을 간단하게 언급했다. 하지만 간단하지만 않은 일이었다. 돼지 한마리를 도축하고 통채로 운반해서 바베큐를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먼저 조그만 돼지를 구하기 위해 이리 저리 수소문을 해야했다. 돼지를 기르는 농장에 가면은 어린 것들은 안 판다는 대답뿐이었다. 돈을 좀 더 쳐주겠다는 제안도 통하질 않았다. 얼마 자라지도 않은 어린 돼지를 구하러 다니는 우리가 오히려 나쁜 사람들이 되는 기분이었다. 이 농장 저 농장 다니던 중에 알게 된 것은 돼지들은 90-100kg 정도 되면 도축을 하는데 한 5개월이면 도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안 판다고 한 농장 주인들은 어린 돼지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돈이 안 되니까 안 팔려고 했던거구나 생각된다.  2개월 정도 자란 놈을 찾으러 다니는게 그렇게 나쁜 짓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또한 보통 돼지들은 살이 너무 연해서 묶어서 돌리면 익으면서 부분 부분 떨어져 나갈 수 있다고 집돼지를 가서 알아보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집돼지를 기르는 곳을 소개를 받아서 가보았다.

큰 어미 돼지와 한 달도 안된 새끼 돼지들, 그리고 좀 성장한 돼지도 볼 수 있었다. 돼지 가격은 1kg에 80밧. 우리가 고른 것은 20kg짜리라 1600밧에 살 수 있었다. 한국 돈으로는 5만원 정도에 새끼 돼지를 살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한 마리를 구매하게 되는데 주인이 '이전에는 너무 손해 본 것 같다'며 이제는 무조건 2000밧은 줘야 된단다.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많이 싸다.  밤에 도축을 해서 밤에 농장에 다시가서 구매한 돼지를 이동용 우리에 넣고 도살장으로 같다. 도살장에 맡기고 오는데 좀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찾으러 오면 된단다.

다음 날 아침에 가니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돼지 한 마리만 벌렁 누워 있었다. 그런데 주문과는 다르게 가슴부터 아래로 옆으로 쪼개어 놓고, 중요한 머리를 끊어 놓은 것이다. 이러면 통돼지 바베큐를 하는데 모양이 안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쪼개 놓은 걸 다시 꼬멜 수도 없고 떨어져나간 머리를 다시 이을 수도 없는 일이다. 더 찝찝한건 돼지가 목이 없었다. 원래 목이 짧았나해서 생전 사진을 봤더니 아주 기린 같은 목을 가지고 있었다. 도축한 사람들끼리 나눠먹기 한 것 같다. 내장도 대부분 실종이 되고 없었다. 다음에는 도축장에 맡기면 안되겠다고 느꼈다.

그렇게 가지고 온 돼지를 잘 목욕을 우선 시키고 남아 있는 털을 잘 깍아 준 다음 물이 잘 빠지게 걸어 놓았다. 물이 빠지는 사이 인터넷을 보고 양념을 준비했다. 별 특별한 것은 없다.  식용유나 올리브 유를 골고루 발라준다. 두 번의 경험에 의하면 기름이 맛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통후추를 빻아서 소금과 섞어 준다음 돼지에 골고루 발라준다. 양은 오일 맛사지 할 때처럼 골고루 입혀주면 된다.

이제 큰 비닐에 넣어서 밀봉해 준 다음 큰 스티로폼에 넣고 얼음을 채워넣었다. 금요일 오후에 작업을 마쳤고 일요일 날 캠핑할 때 바베큐를 할 것이다.

이제 고민은 어떻게 구울 것인가?이다. 유튜브를 통해서 이리 저리 알아보았지만 고가의 통구이 장치를 사용하거나 직접 제작해야 했다. 하지만 그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게 된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나무를 준비해 가지고 가서 돼지를 걸어서 빙글 빙글 돌려서 굽는 방법이었다. 오후 세시에서야 도구들을 준비하고 구을 준비가 되었다. 빨리 서둘러야 저녁 어두워지기 전에 먹을 수 있었다. 예상되는 시간은 3-4시간이다. 우리는 번갈아 가면서 돼지를 손으로 돌려야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시간이 꽤 잘 갔다. 먼저 익는 부위의 맛을 보면서 돌리다보니 힘이 더 났던거 같다.  그렇게 돼지 꼬리, 귀, 혀, 코가 차츰 사라져갈 때 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서 파티를 하게 되었다. 한 3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하지만 반으로 쪼개지 않고 통으로 굽는다면 4시간 반 이상은 걸린다. 반으로 쪼개서 구웠던 것이 오히려 시간 단축을 해 주었다. 맛은 통으로 구운 것이 수분 증발을 막아서 인지 약간 더 부드럽다. 하지만 크게 차이는 안 난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에 따라 싸지만 포도주를 준비했고 포도주는 정말 환상의 궁합을 이뤘다. 다들 처음에는 돼지 고지 사다가 구워먹는 것과 무슨 차이가 날까?하고 의심스러운 생각을 했지만 통으로 된 바베큐를 시식하고는 그런 의구심을 떨쳐 버렸다. 정말 이제까지 돼지 고기 본연의 맛을 모르고 먹어왔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나중에 생각하게 된 건 도축한지 좀 지나서 바베큐를 한 것이 도축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한 것보다 맛있었다. 가능하면 숙성 기간을 좀 갇는 것이 좋을거 같다.

중요한 것으로 돼지를 잘 고정시키고 불 관리를 잘해서 활활 타지않게 해야 껍데기가 딱딱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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